송구영신

아픔을 보내고 기쁨을 맞았으면...

조각목 기자 | 기사입력 2019/12/31 [11:20]

송구영신

아픔을 보내고 기쁨을 맞았으면...

조각목 기자 | 입력 : 2019/12/31 [11:20]

[보스타임-조각목기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사이에 뭔가 더 좋은 소식은 없더라도 더 이상 슬픈 소식은 없기를 바란다. 평범한 사람들의 한가지 소원이다. 현실은 그런 평범함을 외면한다. 슬픈 소식을 듣는다. 아무도 주목할 것 같지 않는 소식이다. 하지만 뉴스에 나온 죽음의 사연은 주목해야 하는 사연이다. 그 사연이란 "세월호 사건으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거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들의 죽음도 슬프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더 슬프다. 핑계없는 무덤없다는 말이 있다. 죽음에는 다 사연이 있다는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수많은 추측들이 있을수 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할지라도 그 마음은 충분히 알게 된다. 아버지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아버지는 강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편견일 수 있다. 아버지는 강한 게 아니다. 자식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기를 버리는 아버지의 사랑이 강한 것이지 존재가 강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다. 뜨거운 사랑 때문에 강하게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생을 포기했다.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기에 삶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붙들고 지금까지 견뎌 왔을테지만 더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도 말이 없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어서이고 산 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이다. 저렇게 죽은 자들은 한이 되어 구천을 떠돌지도 모른다. 날마다 억울하다 소리치며 세월을 보낼지도 모른다. 진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말이다.
 
문명사회라면 이런 억울함은 없게 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분노다. 어쩌다 우리는 아직도 수 년 전의 그 사건에 관해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며 죄를 묻고 죄값을 치루지도 못하는가? 이 서글픈 일상이 반복되면 우리는 체념하게 되고 그런 날들이 많아지면 무심함으로 지나가게 되는 것 아닌가?
 
죄를 캐고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왜냐하면 죄 있는 자를 죄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공평함과 정의로 사회를 세우는 뿌리가 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분노할 것이고 당장 표현하지 않는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언젠가는 그것이 터져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만들 것이다. 죄를 죄로 규명한 뒤에 단죄하고 용서하는 일은 다른 성격의 일이라 할 것이다. 죄가 없는 것과 죄를 단죄하지 않는 것은 다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단죄되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풀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건의 이유와 원인을 밝히는 수많은 자료들이 감춰지거나 사라지거나 했기 때문일터인데 자료를 그렇게 뒤바꾸고 빼먹으면서 사건을 엉뚱하게 꾸민 자들은 밝혀지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사이에 피해 당자사는 더 큰 고통에 짓눌려 하늘 나라로 떠나간다. 더 견디기가 어려워서 그랬겠지만 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자들을 정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밀려오는 아픔이 숨을 멈추게 한 건 아닐까?
 
원인을 캐고자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철저히 원인을 밝혀내되 하루 빨리 원인을 밝히는 것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오늘을 살게 만드는 힘이 된다. 이것을 알고 사건을 밝히는 관련자들은 일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영원히 사는 자가 아니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는 헛소리는 집어 치워야 한다. 최소한 여기서 만큼은 말이다.
 
죄는 끈질기고 죄는 치사하고 잔인하다. 기어이 감추려 하고 탓을 돌려서 피해자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이제는 그 고통을 멈춰야 한다. 
 
기대한다. 2020년에는 눈물을 씻고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기를, 어느 한 구석에서라도 죄를 죄라 말하고 죄가 값을 치루는 정의가 눈 앞에서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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